검찰청 폐지안에 법조계 반발 확산…“보완수사권 없으면 부실수사 불가피”
경찰 불송치 결정 매년 급증…2024년 55만건, 올해 60만건 넘을 전망
변호사·학계 “검사 직접 보완수사권 일부라도 인정해야”정부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개는 조직 개편안을 내놓자, 법조계 내부에서 “검찰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사라지면 국민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가희 기자 | 입력 : 2025/09/10 [11:13]

검찰
서울=(경찰연합신문)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공소 유지 기능은 공소청에, 중대 범죄 수사는 별도 수사청에 맡기는 방안이다. 정부는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해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현장의 부실수사가 늘어나 피해자 권리 보호가 약화될 것이라는 반발이 제기된다.
서울 소재 한 경찰서에서 의뢰인 사건을 대리하던 변호사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담당 경찰이 “수사 종결권은 우리에게 있다”며 고소인을 압박한 것이다. 추가 의견서를 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경찰은 “오늘 바로 사건을 종결할 것”이라며 사실상 의견 제출 기회조차 차단했다. A씨는 즉시 수사관 기피 신청을 냈지만, 같은 날 사건이 ‘불송치’ 결정되면서 기피 신청은 각하됐다. 그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같은 사례는 제도적 맹점을 드러낸다. 2021년 1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다. 이전에는 경찰이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이 기소·불기소를 결정해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개정 이후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는 사건만 송치하고, 혐의 없음 사건은 자체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검찰은 송치된 사건에 한해 직접 보완수사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찰 불송치 건수는 꾸준히 늘었다. 2021년 38만9132건, 2022년 37만1412건, 2023년 40만8417건, 2024년에는 54만9426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29만1701건에 달해, 연말까지 60만 건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불송치 결정이 늘면서 이에 대한 이의 신청도 증가했다. 2021년 2만5048건이었던 불송치 이의 신청은 2022년 이후 비율이 0.09%대로 올라섰다.
변호사 B씨 역시 경찰 수사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40억 원대 부동산 매매 사기 사건을 대리했지만, 경찰은 초기에 “사건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의뢰인을 돌려보냈고, 이후 1년 만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가 이의 신청을 하자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즉시 피의자와 참고인을 소환하고 고소인을 재차 조사해 결국 피의자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B씨는 “경찰의 부실 수사 때문에 민사 소송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며 “경찰이 최소한 고소인 조사라도 제대로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청 체제에서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예외적으로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기록만으로는 기소와 공소 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나 고소인이 불송치 결정에 이의 제기를 해도 경찰이 추가 수사를 맡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송치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보완수사권마저 폐지되면 부실수사 사례가 더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속 송치된 사건이나 공소 유지가 필요한 사건 등 최소한의 영역에서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는 반대로 “직접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면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쥐게 된다”며 원칙적으로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겨야 기소와 수사의 완전한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피해자 보호와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해 검찰의 직접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검찰 조직은 7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 부족, 보완수사권 축소에 따른 국민 피해 가능성 등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제도의 취지와 현장의 현실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입법 과정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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