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남성 돕다 숨진 20대 여성…폐장 뒤 관리 사각지대 드러났다
하조대 해변서 구조 도중 참변
구명조끼 건네다 급류 휩쓸려 사망
폐장 후에도 관광객 몰려 안전 대책 필요
정미현 기자 | 입력 : 2025/09/01 [09:12]

양양 하조대해변
양양=(경찰연합신문) = 강원 양양군 하조대 해변에서 물에 빠진 남성을 돕던 20대 여성이 끝내 숨졌다. 폐장 이후에도 이어지는 관광객 발길과 관리 사각지대가 겹치면서 발생한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릉해양경찰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30일 낮 12시 23분쯤,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 해변에서 20대 여성 A씨가 물에 빠졌다. 현장에 있던 안전요원이 곧바로 구조에 나서 A씨를 해변으로 끌어냈다. 곧바로 심폐소생술이 시행됐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 경위는 안타깝다. A씨는 물에 빠진 남성 B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듣고 곧장 구명조끼를 들고 바다로 들어갔다. 하지만 조끼를 건네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파도에 휩쓸렸다. A씨가 힘겹게 건넨 구명조끼를 받은 B씨는 스스로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일행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려는 용기 있는 행동이 오히려 본인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하조대 해수욕장은 지난 24일 공식적으로 폐장했다. 하지만 여름철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피서객의 발길은 계속되고 있었다. 안전요원 4명이 31일까지 배치돼 있었으나, 성수기 대비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돌발적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해수욕장 폐장 후 관리 공백을 지적한다. 공식 폐장일 이후에도 피서객은 꾸준히 찾는데, 안전 인력은 축소되거나 철수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 예방을 위한 경고 표지판이나 해안 순찰만으로는 한계가 크다. 특히 하조대 해변처럼 깊은 수심과 거센 파도로 유명한 해변은 폐장 이후 안전망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예고된 인재라고 말한다. 한 주민은 “여름이면 해변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폐장했다고 바로 안전요원을 줄이는 건 위험하다”며 “관리 기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조대 인근에서는 해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안전 전문가들은 폐장 시점과 무관하게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해수욕장 이용객이 꾸준히 남아 있는 8월 말까지는 안전요원 배치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 구조 장비와 경고 방송 시스템을 상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자체와 해경이 협력해 해수욕장 주변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숭고한 희생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이 빚은 비극이라는 점에서 더 큰 울림을 남긴다. 한 사람의 용감한 행동이 목숨으로 귀결된 현실은 우리 사회가 안전 문제를 여전히 뒷전으로 두고 있음을 방증한다.
해경은 현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사건은 폐장 후 안전 관리 대책이 부실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관광객의 안전은 계절이나 날짜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매년 반복되는 여름철 해양 사고를 막으려면 행정 당국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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