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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면 100배 변상"…일부 무인점포, 도 넘은 '합의금 장사'

장호진 기자 | 기사입력 2024/11/02 [09:48]

"훔치면 100배 변상"…일부 무인점포, 도 넘은 '합의금 장사'

장호진 기자 | 입력 : 2024/11/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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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가하는 무인점포 절도 (CG)    

 

 "아이스크림 훔쳐 갈 시 100배 변상해야 합니다!"

최근 우리 주변 무인점포에서는 이같이 적혀 있는 경고문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취지에서 엄포를 놓으려는 의도가 많지만,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들은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범죄가 일어났을 때 경고문에 적힌 것과 같이 물건값에 비해 과도하게 큰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업주 한 명이 여러 개의 무인점포를 운영하며 고액의 합의금을 상습적으로 챙기는 경우도 있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경기 남부지역 한 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하는 A 경감은 "어린 학생이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한 개 훔치자, 업주가 부모에게 200만∼3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물론 피해자가 일정 수준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이지만, 지나치게 큰 금액을 부르는 일이 계속되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무인점포에 내걸린 '최근 변상 및 고발 사례'라는 제목의 안내문 사진이 올라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 속 안내문에는 "초등학생: 합의금 100만원, 학교 통보", "중학생 및 성인: 합의금 200만원, 형사 고발 조치", "성인: 학교 및 직장 통보, 형사 고발 조치, 합의금 300만원" 등 사례가 나열돼 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런 문제와 관련해 "자제력이 부족한 어린애들이 저지른 일을 두고 저러는 건 옳지 않다", "절도범이 잘못한 게 맞지만, 최소한의 방범 장치도 달지 않고서는 경찰력을 동원해 합의금을 타내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일부 업주가 '합의금 장사'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과도한 금액을 부르는 일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사기관이 처벌 수위를 정하는 데 있어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이 한 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소액의 물건을 훔치는 등의 경미한 범죄(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료, 과료에 처하는 사건)를 저질렀다가 경찰에 적발됐을 경우 성인은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촉법소년이 아닌 미성년자는 '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된다.

두 위원회는 죄질이 경미하거나 피의자가 사회적 약자인 경우 심사를 통해 처분을 감경해주기 위해 마련됐다.

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라 형사 입건된 피의자 신분이면 전과가 남지 않는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에 넘겨지고, 입건 전이면 훈방 조처되는 방식으로 감경받을 수 있다.

경찰이 두 위원회에 회부할 대상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다.

경찰청 훈령이 정하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 대상자 선정의 참작 기준을 보면 초범인지, 생계형·우발적 성격의 범죄인지, 신체·신분·연령상 참작 사유가 있는지 등 여러 항목이 나와 있는데 여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또한 명시돼있다.

선도심사위원회에서 훈방 대상자를 정할 때도 합의 등을 토대로 한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업주들은 상대방에게 이러한 내용을 언급하며 과도한 액수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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